UFO처럼 사라진 엘리베이터 사람들

성*철 님 2018.06.01 조회 1278

아래 내용은 고객님께서 직접 다녀오신 여행 상품에 대해 작성하신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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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에게 가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그런 에피소드로 인하여 여행 이방인들에겐 서로 간의 소통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번에 내가 간 여행지는 노랑풍선이 기획한 “Best 골든 루트-북유럽 4국” 이었으며 우리가 2일 차 여행을 할 때였다. 덴마크에서 유람선을 타고 스웨덴에 도착하여 헬싱키에서 국립미술관에서 뭉크를 만나고 이번 여행의 테마인 그 멋지다는 피오르를 보기 위해 북으로 북으로 장장 6시간을 달려 돔바스를 지나 비올리 지역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최대한 전방의 근접지역까지 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차창 밖 가까이 만년설로 덮인 산봉우리들이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우린 목적지에 도착했고 위도가 높아서인지 밖의 날씨는 초가을 날씨처럼 쌀쌀했다. 9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지만, 밖의 햇볕은 여전히 대낮처럼 밝게 빛나 낯선 이방인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가이드님으로부터 저녁 등 이후 일정 소개를 받고 각자에게 방을 배정받았다. 우리들은 각자 방 열쇠를 받아들고 짐을 챙겨 좁은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우리 일행들 방은 모두 2층으로 배정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가이드님께서는 사소한 것에서도 사고가 발생한다며 절대로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지 말라고 일장훈시를 하시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성질이 급한 나는 2층 정도라면 계단으로 가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지만, 오늘은 호랑이 같으신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로 했다. 이번 우리 패키지 팀은 모두 31명으로 대 식구였다. 부부팀, 친구팀,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 억양을 가지신 대구 아줌마 친목팀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역시 비율은 여성분 들이 압도적이었다. 큰 트렁크 짐이 30개가 넘으니 우르르 몰려 들은 엘리베이터 앞은 금세 발 디딜 곳조차 없었다.

대개의 유럽 호텔들은 우리와는 달리 1∼2층 구조로 낮고 엘리베이터도 좁아서 단체 여행객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높은 건물에서도 순식간에 올라가는 우리 시스템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곳 엘리베이터는 공간이 아주 협소하여 가이드님의 팁대로 짐꾼 한 사람만 타고 짐만 몽땅 싣고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단으로 2층까지 올라가서 짐을 찾자는 방법이었다. 시끌벅적 하게 한 순배 팀들이 올라간 후 나도 차례를 기다려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빈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순서를 기다리던 우리 일행도 내가 짐꾼이 되어 짐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혼자서 빈 철 상자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우리 인간은 닫히거나 좁은 공간, 장소에 있을 때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소위 폐소공포증(閉所恐怖症)이다. 언젠가 남미에 출장 갔을 때 호텔 엘리베이터 문 앞에 쇠창살 문이 쳐진 곳이 있었는데 그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마치 교도소에라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여기에는 쇠창살 문은 없어 다행이었으나 왠지 혼자라는 생각에 기분이 찜찜하였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입구 우측에 피아노 건반처럼 투박하게 툭 튀어나온 엘리베이터 층수를 표시하는 버튼이 있었으며 거기에는 B, 1, 2가 가로로 나란히 적혀 있어 나는 목적지 2층인 2를 힘껏 눌렀다. 덜커덩하며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멈추면 어떡할까? 지진이라도 나면 어쩌나?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또 한 번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자 드디어 문이 열렸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는 내 앞에 먼저 올라갔던 아줌마 일행들 대 여섯 분이 의아한 듯 내 얼굴을 쳐다보며 웅성웅성 모여 누구를 기다리는 듯한 불안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짐을 내리는 동안 그들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되어 아니! 왜 안 올라오지? 어디 갔지? 어디로 사라진 거야? 하며 나에게 "아저씨 혹시 앞에 탄 사람 못 보셨어요?" 하며 묻는 것이었다. 방금 아래층에서 짐과 같이 타는 걸 확인하고 올라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2층에 도착을 안 했다는 것이다. 기다리던 사람과 짐은 오지 않고 엉뚱한 다른 사람인 내가 나타나자 모두 기겁을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아래층에서 분명 빈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걸 탔으니 나 에게는 아무 죄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분명 나보다 앞에 자기들 일행 한 명과 가방들을 올려보냈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자 무슨 귀신에게 홀린 것 같다며 난리가 난 것이었다. 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가이드님이 아래층에서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아니 무슨 일들이세요?" "왜 이렇게 소란들이세요?" 하며 역시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자초지종 얘기를 듣고 나더니 더욱 상기된 표정으로 가이드님도 함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그들은 분명히 사람이 탔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소리까지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21세기에 무슨 이런 희귀한 일이 발생 할 수가 있을까? 나는 갑자기 아니 혹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내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오늘 낮에 오슬로 미술관에서 설명 들었던 뭉크의 절규 그림이 생각났다. 그 그림 속에도 이상한 물체가 있었지 않았는가! 이 동네가 그런 동네가 아닌가? 피오르의 요정 트롤이 나타나는 지역? 한참 서로의 무서운 상상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상황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내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한참 후에 다음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올라왔다. 덜커덩하고 멈춘 후 문이 열리자 기대하고 고대 했던 그들의 주인공이 예수님처럼 등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기다리던 일행과 우리들은 마치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뻐하며, 도대체 어디 갔다 오느냐, 왜 이제 오느냐? 도깨비한테 홀렸냐? 하며 질타 아닌 질타를 했다. 잠시 후 그 심각했던 분위기는 금방 박장대소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참으로 기가 막혔던 순간이었다. 이번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내 앞에 짐을 싫고 올라간 그 주인공이 혼자서 짐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는 아마 엉겁결에 2층을 누른다는 것이 맨 앞 영문으로 적혀 있었던 지하층 버튼 B를 눌렀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지하 1층에서 태연하게 짐을 내렸고, 빈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다시 되돌아왔고 다음 타자였던 나는 당연히 빈 엘리베이터에 짐을 싣고 2층으로 올라왔던 것 이었다. 그동안 그들은 2층에서 애타게 트렁크와 그 주인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아까 지하층에서 내린 그 주인공은 자기가 잘못 내린 것을 알아챘고 기다렸다 다시 2층으로 올라온 것이었으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가이드님을 비롯해 우리들 모두 이 호텔에 지하층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것 이었다. 호텔이 1, 2층으로 낮을 뿐 지하층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 일어난 무시무시한 에피소드였다. 이렇게 해서 그날 사건은 종료되었고 이후 서먹했던 우리의 분위기는 이 엘리베이터 귀신소동으로 한층 더 밝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패키지여행은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한다. 첫째, 능숙 능란한 가이드님 둘째, 서로 코드가 잘 맞는 일행들, 마지막으로 안전을 책임지는 기사님이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음식에 양념 같은 역할을 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이번 노랑풍선 패키지여행은 이 4박자가 다 갖춰진 그야말로 완벽한 패키지여행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패키지여행은 노랑풍선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가 되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여행 이상의 지식을 얻게 해주신 베테랑 정윤경 가이드님께 미쉐린 스타와 함께 큰 박수를 보내며 6박 8일 동안 무사히 4개국을 누빈 함께 했던 일행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또 다른 에피소드 여행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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