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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속 스위스&이태리 9일-여행이라 쓰고 고행이라 읽다
최*이 님 2019.01.30 조회 1327아래 내용은 고객님께서 직접 다녀오신 여행 상품에 대해 작성하신 후기입니다.

<여행이라 쓰고 고행이라 읽다>
새해가 열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달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네요.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던 '삼한사온'이란 말은 '삼한사미'로 바뀐지 이미 오래입니다.
사흘간의 혹독하고 매서운 추위보다는 나흘간의 퀘퀘한 미세먼지를 더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겨울이 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그런 극심한 미세먼지가 서울을 습격했던 지난 9일에 저는 아내와 함께 홀연히 대한민국을 떠났습니다.
아주 떠난 게 아니라 둥실둥실 '노랑풍선'을 타고 잠시 여행을 떠난 거지요.
지난 수개월 동안 이런저런 준비로 마음고생이 적잖았던 딸아이 혼사를 무난히 마치고, 아들녀석은 미국 뉴욕으로 3주짜리 겨울캠프를 보낸 다음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연초인데다 겨울여행이라 다소 걱정스러웠지만 그동안 수고한 아내를 위해 나름 큰 맘 먹고 시간을 냈답니다.
본래 여행은 가방 쌀 때가 제일 설레고 기분을 만끽한다고 했듯 아내는 출발 전에 이것저것 짐을 챙기면서 이미 들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윽고 딸아이 부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딸과 사위의 배웅을 받으며 베네치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장장 12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이국땅 이탈리아. 미지의 세계라서인지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올랐습니다.
첫날 여장을 푼 곳은 베네치아에서 3시간 남짓 떨어진 패션의 도시 밀라노였습니다. 첫 여정이 스위스인지라 비교적 국경 가까운 쪽으로 숙소를 정한 것이지요.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일까요? 꼭두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을 맞추느라 밤새 한잠도 못 자고 첫번째 여행지인 스위스로 향했습니다.
이태리 밀라노에서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약 3시간이 넘는 이동거리는 다소 부담이 됐지만 국경을 넘어서면서부터 펼쳐지는 이국적인 설경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알프스산맥 해발 1650미터에 위치한 인구 450명의 작은 마을 뮈렌이었습니다.
청정지역이라 휘발유 차량은 아예 운행할 수가 없어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로 번갈아타고 올라가는 동안 눈 앞에 드리운 아이거봉과 융프라우의 장엄한 자태는 꽉 막혔던 가슴을 뻥 뚫어주었고, 흡사 눈의 요정들이나 살 것 같은 아담하고 예쁜 '겨울왕국' 뮈렌은 보는 것만으론 부족해 그냥 눌러앉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용병의 나라 스위스에서의 둘째 날은 중세풍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른과 알프스 만년설 빙하가 녹아내려 형성된 루체른의 영롱한 호수를 유람선에 앉아 눈에 담은 다음 다시 밀라노로 돌아왔습니다.

셋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태리 여행은 스위스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스위스의 빼어난 자연경관이 신의 걸작품이라면 이태리는 한 마디로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화와 역사를 창출해 낸 위대한 도시였으니까요.
서기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묻혔다가 2000여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고대도시 폼페이와 세계 3대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 지중해 연안도로를 따라 절벽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쏘렌토의 전경, 그리고 배를 타고 들어가 곳곳을 둘러본 세계 최고의 휴양지 카프리섬까지,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는 인간 이상의 역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역시 중세와 고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로마였지요.
하필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추위를 이겨가며 1시간여 줄을 선 연후에 입장한 로마 바티칸 교황청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역사박물관 그 자체였습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늘어선 수 많은 유명 조각상과 벽면을 통으로 도배한 모자이크 작품들은 보는 이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더군요.
무엇보다 성베드로대성당 내부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미켈란젤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과 교황을 선출하는 시스틴예배당 천정에 그려진 <천지창조>는 학창시절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것과는 비견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중세와 고대의 유적지인 로마 시내 역시 버스 등 대형차량이 일절 진입할 수 없어 유사시 이태리 국빈 경호차량으로 쓰이는 고급 벤츠 승합차량을 타고 둘러봐야 했습니다.
외곽지역에서 버스 주차비 따로 받고 의전차 대여해 또 한번 울거먹는 '로마의 상술'에 살짝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사의 도시를 통째로 관람할 수 있으니 참아야지 어쩌겠습니까.
숨 막히는 역사의 현장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배경이 됐던 고대 로마 검투사들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과 판테온신전이었습니다.
고대에 어떻게 그런 아파트 15층 높이의 웅장한 건축물을 건설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겠습니까.
수 많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트레비분수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세를 탄 스페인계단 등이 그냥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다면 할말 다 한거지요.

로마에서의 꿈같은 사흘 여정을 끝으로 여행은 서서히 말미를 향해 치닫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마음은 억만금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여행지는 이제 단 두 곳. 트램을 타고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꽃의 도시' 피렌체로 이동하여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으로 불리우는 두오모성당과 단테교회, 시뇨리아광장, 산타크로체성당 등을 둘러본 연후에 세계 유일의 거대한 '수상도시' 베네치아에 마지막 여장을 풀었습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고향이자 16세기 세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되었던 베네치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설레는 가슴으로 맞이한 마지막 날 아침. 1월의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포근하고 따스한 베네치아의 아침 공기와 눈부신 햇살은 미세먼지 자욱한 한국의 아침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118개의 섬들이 400여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는 베네치아는 갯벌 위에 수많은 나무기둥을 박고 그 위에 건축물을 축조한 형태로 S자형 운하가 시가지 중앙을 관통하는 1400년 역사의 어마어마한 수상도시라고 하더군요. 산마르코광장을 중심으로 산마르코대성당과 두칼레궁전, 아카데미아미술관 등의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들은 도저히 갯벌 위에 나무기둥을 박아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신비감을 자아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소운하를 따라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그 옛날 카사노바가 자주 들렀다는 단골카페에서 따뜻한 카푸치노와 샌드위치로 시장기를 달랜 다음 수상택시를 이용해 베네치아를 빠져나오는 것으로 8일 간의 모든 일정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베네치아 마르코폴로공항으로 이동하는 내내 지긋이 눈을 감고 그간의 여정을 한번 돌이켜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에게 이번 여행은 여행이라기 보단 차리리 고행에 가까웠다고나 할까요. 아내와 함께한 9일 내내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낯선 사람들과 술 마시고 해롱댄다며 욕 바가지로 먹어가면서 찍새에, 짐꾼에, 캐셔 역할까지 도맡아 수행하느라 죽을 맛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처음으로 단 둘이 홀가분하게 떠나 자연과 역사를 만끽하며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번 여행의 본래 취지는 120% 달성한 셈입니다.

이제는 돌아와 다시 일상 앞에 선 희생과 멸사봉공의 '풍류거사' . 그의 헌신적인 고행은 가정사에 두고두고 길이 남을 것입니다. 아니 그러길 바라고 원할 뿐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모쪼록 모두들 다가오는 설명절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과 만복이 깃든 멋진 한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1월 30일 고행에서 돌아온 풍류거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