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딸과 갱년기 엄빠 가족의 여행기(정종환 인솔자님)(1)

조*석 님 2025.01.08 조회 174

아래 내용은 고객님께서 직접 다녀오신 여행 상품에 대해 작성하신 후기입니다.

1

무시무시한 중 2와 더 무시무시한 갱년기의 초입에 선 엄마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시작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주 부딪히지 않는 일상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은 서로 마음이 상하고 결국 눈물까지 보고 마는 상황이 많았던지라

종일 그것도 열흘 가까운 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일정, 이게 맞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갈등을 피하고 아이는 다 커버리면 우린 언제 함께 여행하나 싶어 용기를 내어봤다. 

그래서 오래 전의 계획도 아니고 2주 전 바로 예약,

덮어놓고 무조건 출발! 했던 것이다. 

 

패키지 여행의 특성 상 직접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지 않았다. 

반면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불편하거나 힘든 점은 여행 끝까지 그냥 꾹 참고 견뎌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다.

과거 여행 내내 부어라 마셔라 왁자지껄했던 팀의 분위기라던지 

가이드의 과한 하이 텐션, 강압적인 권유, 현지인들을 향한 조롱의 뉘앙스 등이 그러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출발 전부터 그런 점에 있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전 터키 여행에선 (노랑 풍선 패키지가 아니었음) 10대 후반의 소녀로 보이는 유람선 크루를 향한 

인솔자와 5,60대 아저씨들의 선을 넘는 농담과 들이댐을 목격한 후 

우리 일행 모두 남은 일정을 괴롭게 소화했던 터라 더욱 그러했다. 

더구나 이번엔 10대 딸을 데리고 가는 여정이어서 그 때의 불쾌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와 불안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이번 여행은 말 그대로 

진짜 진짜 점잖고! 편안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리더십 넘치고, 또 한 가족 한 가족 모두에게 진심 세심하고 따듯한 배려가 넘쳤던 정종환 인솔자님 덕분에. 

인솔자를 미리 지정해서 여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앞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떤 여행이든 노랑 풍선에서 정종환 인솔자님 팀으로 따라나설 수 있을텐데 싶을 만큼 좋았다.

인솔자 지정 여행, 정말 그런 제도가 생기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장시간 여행이 두렵다는… 여러 중년의 친구들에게 

이 분과 함께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 거다. 

 

여행이란 지나고 보면 몇 개의 인상적인 순간들로만 남게 마련인데 그게 나에겐

겨울의 눈 쌓인 동유럽 풍경, 

해가 뜨기 전과 뜬 후의 아름다운 하늘, 

멍 하니 무념무상 맘껏 사색할 수 있는 시간들,

오래되고 묵직한 나무 바닥이 주는 감동,  

아침 산책길에 준비 없이 만나버린 대자연,

수 백년 수없이 많은 이들의 기도를 들어줬을 처연한 십자가, 

화려하진 않지만 객들이 따스한 한끼를 즐기길 바라는 호스트의 마음이 느껴지는 호텔 조식 등으로 남아있다.

 

 

 

그 모든 풍경 속에서 안락한 사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인솔자님의 조용조용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역사와 문화, 사람과 시선 등에 대한 폭 넓으면서도 나름의 깊이 있는 

견고한 철학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덕분이었다. 

 

잘츠부르크를 떠나며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여주셨는데, 

마침 집에 돌아가면 꼭 그것부터 찾아봐야지 했던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 영화에 매료되었던 나의 십대 때 이야기를 현재 십대인 딸과 나누며, 

함께 돌아봤던 잘츠부르크의 여러 곳곳의 감상을 나누자니 사춘기와 갱년기로 멀어졌던 감정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순간이 한번 더 있었는데 ‘이선희 콘서트’ 영상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제법 오랜 차량 이동 시간 중이었다. 

나에겐 익숙한 ‘J에게’가 나오자 딸은 왜 하필 제이냐고 물었고,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의 과거 연애사, 아빠의 첫 여자친구,

딸의 이상형 등 끊이지 않고 재잘재잘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눈꽃이 핀 유독 잔가지가 아름다운 유럽의 설경을 보며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듣다가 그만 눈물이 왈칵 나기도 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스무살 중반 사랑하는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딸을 낳고 어느 새 사십 중후반이 된 나.

반복되는 일상의 힘듦에 기적 같이 인연이 된 남편과 딸에게 짜증스럽게 굴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했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갑자기 벅찼던 것 같다. 

 

버킷리스트 중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보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이른 11월부터 유튜브에서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캐롤 등을 검색해 종일 틀어놓는데 이번에 그 실제 풍경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가. 그런데 마켓에 가는 길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남편의 안경이 댕강 부러지고 말았다. 안경이 없으면 거의 안보이는 정도의 시력이고 또 유독 우리나라 콘크리트 바닥과는 달리 유럽은 울퉁불퉁 돌바닥이 많았기에 걱정이었다. 일단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남편의 팔짱을 끼고 부러진 안경을 들고 가는데 남은 일정은 어쩌나, 이 좋은 풍경 이 사람은 못봐서 어쩌나, 막막하던 마음이 서럽기까지 했다. 그 때 정종환 인솔자님께서 자유시간 동안 본인이 안경점을 다녀올테니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안전한 범위 내에서 시간을 즐겨보라고 하셨다. 

때는 12월 31일, 1월 1일... 안경점이 열었을까 싶었지만 수소문해서 바삐 부러진 남편의 안경을 들고 인솔자님은 사라지셨고, 덕분에 나름대로 우리 세 가족은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한참 뒤, 정종환 인솔자님께서 역시 안경점은 문이 닫혔다고, 그러나 나름 투명 테이프를 구해 조립(?)해보았다고 안경을 내미셨다. 거의 세 동강으로 부러져 버려야되나 싶던 안경이 견고하게 잘 조립되어있었다. 그 순간 안경을 받아 쓰며 우리 가족은 고마움을 넘어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정도의 든든하고 따스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시기상 안경점은 열었을리 만무하고, 별 수 없으니 남은 일정 조심해서 다니시라고 하면 그만일 수도 있는 일인데, 나라면... 어쩌면 내가 인솔자였다면 그렇게 에고, 어째요, 하고 말았을 상황에 가족보다 더 발 벗고 나서 어떻게든 안경을 살려보고자 애써주신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이후의 일정은 그냥 덮어놓고 따듯하고 편안하고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든든한 아빠가 있기에 무조건 신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 여행들처럼 어딜 가든 무얼 보든 온전히 그 풍경과 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 우리 팀 모두가 짐을 찾고 각자 바쁜 발길을 재촉할 때까지 한걸음 뒤에서 지켜봐주셨던 모습도 인상 깊었다. 호들갑스럽게 나서고 생색내는 스타일이라기보단 묵묵히 차분하게 면밀히 살피다가 조용히 재빠르게 대처해주시는 분이라 그런지 마지막 인사마저도 그러했다. 

 여행 후기라는 것을 난생처음 써본다. 

여행을 다녀오면 일상에 적응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굳이 후기까지 남긴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에 써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잠깐이라면 잠깐이지만 열흘 가까이 되는 시간을 처음 뵌 누군가에게 가족 모두 크게 의지하고 따스함을 양껏 받았기에 시작해봤다. 그렇지만 후기를 마치며 새삼 놀란다. 

감사함을 남기고 싶어 시작한 글이 결국 나에게 또 다른 행복을 준다.

그 순간 그 시간들을 곱씹으며 좋았던 풍경과 그 때의 공기들, 또 타인에게서 받은 낯선 감사와 감동이 다시금 일상에서의 삶에 큰 에너지를 준다.  

다녀오신 상품
2025.01.09 13:34

안녕하세요 고객님. 여행을 가볍게 노랑풍선 동유럽팀 입니다. 정말 뜻깊고 중요한 의미있는 여행을 다녀오신것 같아 감히 제가 어떤 말로 답글을 드려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우선 즐겁게 여행을 즐겨주신 고객님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께서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즐겨주시니 인솔자도 좋아보이고~ 모든게 좋아보였던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너무 감사드리며, 주신 말씀에 대해서는 인솔자님에게 잘 전달하여 고객님의 마음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게 하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